📍 Toronto, Canada | 🕐 읽는 시간 약 5분
학창시절,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주변을 보니 공부가 인생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주변 어른들도 좋은 대학과 성적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공부를 잘하면 인정받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느끼기도 했다.
나는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배구 선수 생활을 했다. 학교 대표팀으로 뛰면서 정규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다. 그래서 늘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소리지르고 싶었던 날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 뒤늦게 공부를 해보려고 했다. 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막상 해보니 공부가 나한테는 솔직히 안 맞더라.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한다고 있는데, 소리지르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심하게 왔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이러다 또라이 되겠다.’ 그게 내가 처음으로 공부가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앉아서 암기하고 시험 보는 방식이 나한테는 맞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걸 그때는 몰랐다.
캐나다에 와서 달라진 생각
캐나다에 와서 한국과 떨어져 다른 문화에서 생활해보니 한 가지를 느꼈다. 계기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냥 거리에서 마주치는 캐나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보면서였다. 무슨 옷을 입든, 무슨 차를 타든, 전혀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내 선택보다 남의 시선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런 기준 자체가 다르게 보였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능력과 인생을 잘 살아가는 능력은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암기와 시험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만나는 데 강하고, 어떤 사람은 손으로 만드는 데 강하고, 어떤 사람은 사업과 실행에 강점이 있다. 누군가는 책상 앞에서 성장하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성장한다. 나는 현장에서 성장하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누군가 어릴 때 조금만 더 일찍 알려줬다면 좋았을 텐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재능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지금은 내 아이를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지금도 공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부가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부모님은 내 인생과 연결시켜 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관심 정도로 여겼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너무 아쉽다. 그때 누군가 그 관심을 조금 더 진지하게 봐줬다면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내 아이들이 뭔가에 몰입하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가 어떤 것에 집중하고 눈을 반짝이는지 보일 때마다, ‘이게 나중에 이 아이의 직업이나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성적보다 그런 순간들을 먼저 보려고 한다. 무엇을 할 때 흥미로워하는지, 무엇을 할 때 집중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강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내가 늦게 깨달은 것을, 그리고 내가 놓쳤던 관심들을 아이들은 조금 더 일찍 알아채 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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