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 와서 가장 늦게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크레딧 점수였다.
정확히 말하면 존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로 체감하게 된 건 내 삶을 하나씩 조여오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였다.
처음에는 신용점수가 이렇게까지 삶에 영향을 주는지 몰랐다.
그때의 나는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BC에서 버티던 5년
BC에서 영주권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다.
대략 5년 정도 걸렸다.
그동안 클로즈드 워크 퍼밋(Close Work Permit)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다.
결국 한곳에서 최저시급 수준의 일을 오래 했다.
문제는 생활이었다.
아이 둘.
싱글 인컴.
월세.
차량 비용.
식비.
생활은 계속 흘러가는데 수입은 항상 부족했다.
그때는 크레딧이 내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돈을 잘못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드 사용 한도가 넉넉히 남아 있으니까 내가 쓸 수 있는 내 돈처럼 느껴졌다.
이번 달 부족하면 카드 쓰고 다음 달에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카드 사용 한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토론토 와서 처음 현실을 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영주권을 받고 토론토로 오게 됐다.
사실 토론토로 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비행기값을 겨우 마련해서 올라왔다.
토론토에서는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 처음 제대로 보게 됐다.
카드 한도가 거의 차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었다.
그 순간 충격이었다.
나는 돈을 막 쓴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살아보려고 했던 건데 결과만 보면 빚처럼 남아 있었다.
신용점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카드 값을 제때 못 내고 연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크레딧 점수가 빠르게 떨어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신용점수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는 걸.
점수가 떨어지니까 생각보다 많은 게 달라졌다.
집을 렌트할 때.
자동차 계약을 할 때.
뭔가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
돈을 빌리는 기준도 달라졌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 자체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때 느꼈다.
돈이 부족한 문제와 신용이 무너지는 문제는 다르다는 걸.
수입이 늘어도 이미 만들어진 기록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열심히 갚아가고 있지만 떨어질 때는 순식간인데 다시 올라가는 건 히말라야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다르게 보려고 한다.
완벽하지는 않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쓰지는 않는다.
기록하려고 하고,
조금씩 줄이려고 하고,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지출이 수입보다 커지지 않으려고 한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단순히 버티기만 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솔직히 돈 관리도 잘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제대로 된 재정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운동만 하다가 영어 준비하고 캐나다 와서 그냥 살아내기 바빴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건 나였고 책임도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해결하고 싶은 방식
그래도 하나 분명한 건 있다.
나는 수입이 고정된 상태에서 평생 아껴가며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 방법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아직 도전하고 싶다.
나는 돈을 더 벌고 싶다.
사업을 키우고 싶다.
내가 만든 선택으로 이 문제를 정리하고 싶다.
언젠가 지금의 빚과 기록을 돌아보면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마무리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아직 진행 중이다.


